백화점 나들이~
[뜨거운 금요일, 큰아버지가 된 날]
7월 24일. 대프리카라는 별명이 부끄럽지 않게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불금을 맞아 우리 센터 이용자들 2개조가 시원한 곳을 찾아 나들이를 나섰다. 거동이 불편한 용진씨는 나드리콜을 불러 휠체어를 타고, 나머지 이용자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각각 한 시간 남짓을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동대구역 신세계백화점. 여름 한낮의 열기를 피해 실내로, 실내로 향하는 발걸음이었다.
도착 시간이 마침 점심때와 겹쳐서, 배고플 이용자들을 위해 지하 1층 식당가로 서둘러 향했다. 그런데 식사를 앞두고 작은 소동이 하나 생겼다. 요즘 매일 효소를 복용 중인 태환씨가 갑자기 신호가 와서 화장실로 뛰어갔는데, 조금 늦고 만 것이었다.
태환씨는 워낙 깔끔한 성격이라 스스로 옷을 정돈하고 나왔는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담당 선생님들이 모두 여성 제공인력이다 보니 남자 화장실에 들어갈 수 없었던 것. 결국 내가 들어가서 뒷정리를 맡았다. 센터 안에서는 이런 일이 생겨도 "그냥 치우면 되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낯선 공간에서 마주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누가 들어올까 봐 손을 재게 놀리며 5분 남짓, 최선을 다해 정리했다. 찝찝해하는 태환씨를 닦기고, 근처에서 속옷도 새로 한 장 사다 입혔다.
그런데 그 소동이 무색하게, 태환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이 식당에서 고기가 들어간 메뉴를 골라 아주 야무지게 먹방을 펼쳤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사람이 참 씩씩하다, 싶었다.
사실 이날은 태환씨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동생이 아기를 낳아 태환씨가 큰아버지가 된 바로 그날이었으니까. 작은 소동은 그렇게 자연스레 잊히고, 이용자들은 제공인력 선생님들과 함께 9층 게임장으로 올라가 각자 원하는 게임을 즐기며 시원하게 하루를 보내고 센터로 돌아왔다.
나들이를 마치고 태환씨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앞으로는 센터에 보내실 때 오전엔 되도록 효소를 복용하지 않으시는 게 좋겠다고 조심스레 말씀드리고, 귀한 손주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해 드렸다. 어머님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묻어났다.
돌아보면 참 별일 아닌 듯 별일이었던 하루다. 뜻하지 않은 순간에 당황하고, 몸을 움직여 수습하고, 그러다가도 금세 웃게 되는 하루. 이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아이러니한 사건들 속에서 희로애락을 몸소 겪는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음을 졸이다가도, 결국 별일 아니었다는 듯 웃으며 마무리되는 하루들. 그게 우리 센터의 일상이고, 아마 이 일을 오래 붙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다들 아프지 말고, 이 무더위 잘 극복하고 7월과 8월을 잘 넘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태환씨, 큰아버지가 된 걸 다시 한번 축하해요.
